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연계해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은 물론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영공까지 침범해 청와대가 발칵 뒤집혀진 가운데 야당은 일제히 국가안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정부의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아침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KADIZ를 진입했고, 이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안보실 1차장 등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을 관리했다.

정 실장은 특히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사태 재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사유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동해, 서해에 이어 이제는 하늘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방이 뚫린 셈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이렇게 벼랑 끝에 섰던 적이 있었나"라며 "대한민국 국군의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 군용기까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우리 영공을 침범한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를 얕보고 이렇게 무도하게 행동하는데 우리 현실은, 한미 동맹은 불안하기만 하고 일본과는 최악의 관계로 치닫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중·러의 도발 사태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이승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영공을 침입했다. 양국 군용기 5대가 3시간 이상을 자기들 영역처럼 들락거렸다"며 "우리 군의 출동과 경고 사격까지 있었으나 냉정하게 보아 고도로 계산되고 무례한 침범"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대립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얘기한다"며 "단순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아니다. 타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처음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은 의도된 도발"이라며 "한·미·일 3각 협력의 틈을 겨냥한 전략적 압박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강대국의 대립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또 하나의 접전지가 될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의당도 김종대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오늘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하고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사태"라며 "주변국이 모두 동해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한반도 주변정세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은 교전수칙과 작전예규에 따라 적법하게 대응했지만, 굳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격까지 해야만 했는지는 추후 따져보겠다"면서도 "향후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살을 자유한국당으로 돌려 "자유한국당은 우리 안보에 '사방이 뚫렸다'며 또 안보 불안을 조장한다. 적법하게 대응한 군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왜 트집잡고 나오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게다가 '남북 군사합의 때문에 영공이 뚫렸다'는 궤변은 남북 평화가 불편한 자유한국당의 본심을 드러낸다"며 "그렇게 안보가 걱정되면 병역이라도 제대로 마친 당 대표를 뽑을 일"이라고도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 사태와 관련,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초치해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한-러 양국 간 우의 및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규범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깊은 유감을 표하고, 러시아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를 요구했다.

또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초치해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 사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